제주도에서 머문 숙소는 복층이었는데 천정에 창이 있어 누워서 하늘을 볼 수 있는 구조였다. 계단이 있고, 천정에 창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한 숙소였는데 그 외에는 아무 장점이 없었음…. 하여간 가기 전부터 밤에 누워서 별보자고 약속했고, 바람이는 저녁에는 계단을 수십번 오르락내리락거리며 놀다가 씻고 잘 시간이 되자 누워서 별을 기다렸다.
그런데 날씨가 좋지 않아 구름이 껴있었고 별이 보이지 않았다. “아빠 별 어디가써?”라는 바람이에게 “응 바람이 불어서 구름이 비켜야 별이 보이니까 우리 기도하자”라고 했다. 그러자 바람이가 ‘두손짝 두눈꼭’을 잽싸게 하고는 “하나님 구름 물러가고 별 보이게 해주세요. 빨리요 빨리요”기도를 했다.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어서 구름이 휙휙 지나가서 얼핏얼핏 별이 보이긴 했는데 영 신통치 않았다. 바람이는 보였다 말았다 하는 별이 감질났는지 발을 동동 구르며 “빨리요 빨리요”를 반복했다. 내가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지난주 글로 배운 ‘왕의 기도’를 시전했다. “예수 이름으로 명하노니 구름아 물러가라!”
놀랍게도 바람이가 “빨리요 빨리요”할 때보다 훨씬 빨리 구름이 물러가고 꽤 오래 별이 나왔다. 나는 왕의 기도의 능력에 놀라 바람이에게 “바람아 너도 빨리요~만 하지말고 아빠처럼 기도해봐. 이 기도가 더 잘들어”라고 했다. 그러자 바람이도 신이나서 힘차게 왕의 기도를 따라했다.
그렇게 둘이 누워서 하늘을 보며 왕의 기도를 선포하고 있었는데 신이난 바람이가 “물러가라!”만 하는게 아니라 무슨 말이든 해야 할때 막 내뱉는 자기만의 각종 주문과 구호들을 외치기 시작했다. “구름! 뿌아삐뽀! 별 나와라! 바람 출동!!” 막이러길래 내가 “바람아, 여기 핵심은 예수 이름으로야”라고 가르쳐줬더니 급기야 “예수파워! 구름 삐뿌! 별 이야아압!” 막 외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생각보다는 별을 못봤다. 실컷 기도하고 “이제 그만 창문닫고 자자”고 했더니 순순히 받아들였다. 바람이는 별을 가득 본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내가 배운점은 두가지다. 첫째로 왕의 기도는 어쨌거나 능력이 있다. 아직 매커니즘은 잘 깨닫지 못했만 필요에 따라 적당히 사용할만하다. 타이밍과 건수만 잘 맞으면 놀라운 체험과 간증이 나올 수 있다. 둘째로 인간은 본능적으로 기도를 무언가를 얻기 위한 주문 같은 것으로, 하나님은 무언가 결과를 일으키는 실체적 힘으로 인식하고 있다/혹은 인식하기 쉽다. “예수 이름으로 명하노니”라는 말을 가르쳐주자마자 “예수 파워!”를 할 줄은 정말 몰랐다. 그때는 깔깔 웃고 재미있기는 했는데, 신앙과 기도를 어떻게 왜곡없이 경험하게 도와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아졌다.
facebook, 2017.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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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누워서 나 좀 일으켜 달랬더니 바람이가 와서 내 손을 잡고 당기면서 “성령하나님의 힘으로!!”라고 당겼다. 성령도 하나님이신걸 정확히 알고 단어 구사를 하길래 성부 성자 성령의 능력이 가장 강한거라고 알려주었다. 얼떨결에 삼위일체 교육.
facebook 2019.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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